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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실의 순간

think

by 재뺨 2010. 4. 14. 2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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델리 코넛 플레이스의 옥스퍼드 서점

우연히 펼쳐든 사진집을 작지만 끊이지 않는 탄성과 함께 눈 한번 떼지 않고 읽었다.
본 것이 아니라 읽은 것이었다. 사진 속 순간은 앞뒤가 잘라진 단면이 아니라, 과거와 현재 미래까지도 상상 가능한 연속적인 현실의 한 부분이었다. 그러니 단순히 보는 게 아니라 읽을 수 밖에 없는, 읽게 만드는 힘이 그 안에 있었다.

인도의 최신식 서점 구석에 쭈그려 앉은 우리는 눈을 반짝이며 이런, 사진을 찍고 싶다며 달뜬 목소리로 우리가 본 사진들에 대해 이야기 했다. 그 사진을 찍은 사람은 스티브 맥커리 였다.

 최근에 본 사진집 ‘현장에서 만난 20th C : 매그넘(MAGNUM) 1947~2006’은 우리는 그들의 사진으로 세계를 기억한다는 부제를 달고 있다. 여기서 나는 두 번째로 스티브 맥커리를 만났는데 역사적 사건과 함께 소개된 매그넘 작가들의 사진이 담긴 이 책을 통해, 그동안 무심히 지나친 작품의 행간을 읽어내고 간파하는데 큰 도움이 되었다.

사실 이 책에 소개 된 스티브 맥커리의 사진은 몇 개 되지 않는다.
하지만 여기서 911 테러 시 폭파 된 쌍둥이 빌딩이 맥커리의 사진임을 처음 보았고,
신발가게에 줄줄이 선 아프가니스탄 여성들의 몸을 둘러 싼 색색의 옷이 ‘부르카’ 임을 알았다.
(이슬람 여성들이 히잡, 차도르와 함께, 신체를 가리기 위해 쓰는 천,)

탈레판에 의해 파괴된 아프가니스탄의 바미안 불상의 파괴되기 전 완고한 모습을 찍은 사진은
어쩐지 이란 감독 모흐센 마흐말바프가 쓴 글 '아프가니스탄의 불상은 파괴된 것이 아니다. 너무 치욕스런 나머지 무너져내린 것이다' 제목 처럼, 그 치욕을 가까스로 견디며 참상을 기다리는 것 처럼 보이는 불상이 애처러웠다. 

여행 중 사진 좀 찍노라 하는 사람들의 카메라를 들여다보면 ‘스티브 맥커리’적인 느낌을 쉽게 찾을 수 있다, 인물의 얼굴을 부각하며 깊이 있는 표정을 담으려 한다던가. 그 짙은 색감에 연연 한다던가, 심지어 스티브 맥커리의 사진과 비슷한 ‘순간’을 노리기도 한다. 하지만 여행자들이 들이대는 카메라는 30cm의 거리에서도 30m의 거리감이 느껴진다.  스티브 맥커리의 사진에는 그 색감, 구도 빛 등 모든 사진의 법칙을 떠나서, 따라 할 수없는 사실의 생생함, 절박함이 배어나서, 더 매료된다.

그리고 다음은 사진전에서 찍은 몇 가지 사진들 



내셔널지오그래픽에 실린 푸른눈의 소녀, 스티브 맥커리의 가장 유명한 작품이다.




눈물 콧물 침 범벅이 된 어린 소년, 혹은 소녀일 수도 있겠다. 그런 어린아이가 자신의 머리에 총구를 들이대는 것은 어떤 의미일까? 죽음보다 더한 아프가니스탄의 전쟁 상황에 대한 고발인가, 인간일 수 없는 현실에 대한 좌절인가.
진득 진득한 콧물보다 더 진득 진득한 삶의 참상이여.



인도를 여행 한 사람은 모두 알겠지만, 어느 지역이든, 그 구역을 담당하고 있는 거지들이 있다. 그들은 아이를 들쳐 업거나, 다친 척을 해 여행자들의 동정을 유발하며 그 주위를 맴돈다. 그들의 습관적이고 당당한 구걸행위는 종종 여행자의 반감을 사게 되기도 하지만, 이는 극심한 빈부 차를 보여주는 한 단면이며, 또 실상 이런 거지들을 양상한 장본인은 여행자들 이라는 생각에 씁쓸함을 감출 수 없다.  차 안과 밖, 비가 오지 않는 안과, 비가 오는 밖의 대비가 절묘하게 이루어지며, 안 과 밖 결국은 화해할 수도, 융화될 수 도 없는 어떤 지점을 보여주는 듯 하다.

뿌연 모래 먼지의 일렁임이 그대로 표현되어, 몽환적인 작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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