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세 컨텐츠

본문 제목

브룩클린으로 가는 마지막 비상구 Last Exit To Brooklyn

think

by 재뺨 2010. 4. 16. 17:46

본문

 

 

 

 트랄라  
 
이미 닳을 대로 닳아버린, 남자 등쳐먹으며 시시껄렁하고 너절하게 살아가는 창녀에게
한국전으로 떠나는 군인의 순애보는 희망이라기 보다는 독이다.
평소 처럼 돈을 가지고 도망치면 '땡' 이렇게 끝나면 여자는 아무것도 아닌 일처럼 아니 실제로 아무것도 아닌 일이 되어 다시 일상으로 돌아갈 수 있을텐데, 그게 여자에게 좋으련만,  돈을 가지고 몰래 도망치려 하면
번번히 들키고 말아 어쩔 수 없이 남자 곁에 있게 된다.
호시탐탐 그의 지갑을 노리고 있다는 제스쳐를 빼먹지 않으면서.

하지만 정말 어쩔 수 없이 였을까?

이 남자가 자신을 높여주는 태도나 행동에 자신이 마음 주게되는 것을 스스로 받아들일 수 없기에
자신 스스로가 자신에게 정당한 행위(난 그의 돈을 노리고 있을 뿐이다)를 하면서,
하지만 무의식적으로 조금은 미진하게, '훔치려고 했으나 도망치다 걸렸으니 어쩔 수 없다' 라는 구실로 합리화하게.
여자는 그렇게 솔직하지 않게, 영리하지 않게 상황을 받아들이고 행동한다.

남자는 떠나면서 너와 다시 만나게 되기를 기도한다며
고작 이 삼일을 같이 보낸 여자에게
일반적인 연인사이에서 조차 쉽지않고 낯간지러우면서 순수한 그리고 진지한 고백을 한다.
그래 그래도 여기까지 였으면 그래도 여자는 등 돌려
안녕 내 '봉' 이라고 돌아갈 수 있었을거다, 그래도 여기까지 였으면, 남자가 준 봉투에서, 차라리 돈이 나왔으면 좋겠다고. 여자가 바랬듯, 나 역시 얼마나 바라고 있었던가.

순수한 열정은 그걸 받아들일 수 없는 사람에게는  죄이고 독이다.

여자는 편지를 보고 비소를 지으며 애써 무시하려하지만, 이미 독은 손톱 끝까지 물들이고 말았다, 온 몸 구석 구석.
젖가슴을 풀어헤치고 남자들의 가슴을 물결처럼 타고 다니며 여자는 자신의 몸 전체로 퍼진, 스스로 인정할 수 없는 순수라는 독을 해독하려고 안간힘을 쓴다.

헤아릴 수도 없이 많은 남자들이 하나 둘 자신을 올라타고 왁자지껄한 소리에도 불구하고 여자의 머리는 침묵에 가까운 채 정지해 있고 폭력에 불과한 삽입만이 긴 시간 지속된다.

치명적 독.

여자는 그 긴 시간  방탕하게 자신을 내놓고, 극단으로 내몰아도 해독될 수 없는 진심이란 게 있다는 걸 알게 된걸까. 트랄라가 지나갈 때마다 두근 거려하는 마음으로 그 어떤 성녀보다 더 순수하게
트랄라를 바라보는 소년의 BGM Mark Knopfler-A Love Idea을 비로소 그녀는 듣게 된다.

정신을 저기 안드로메다에 내보내고 육체만 남자에게 짓밟히고 있는 처참하게 누워있는 트랄라 곁으로 와
엉엉 울고 있는 소년. 길거리에서 스치듯 짧게 마주쳐도 가벼운 말로 소년의 곁을 언제나  무심하게 지나던 트랄라는그런 그를 보고, 얼굴을 만져주고 안아준다.

그렇게 길의 끝에서 비로소  트랄라는 자신에게 파고든 독을 인정한다.

  

'think' 카테고리의 다른 글

진실의 순간  (0) 2010.04.14

관련글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