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세 컨텐츠

본문 제목

인더풀

review

by 재뺨 2013. 3. 8. 21:05

본문

인더풀

여기 뚱뚱하고 못생기고 변태적인 한 남자가 의사 명찰을 달고 의사 행세를 한다.
행세라고 믿고 싶지만. 사실은 의사가 맞다. 하지만 전혀 믿음직스럽지 못하고 수상하고 의심스러울 뿐이다. 게다가 마치 야한 만화에서 튀어나와 무표정한 얼굴과 아슬아슬한 간호사 차림으로 남자를 흥분시키려고 작정한 듯한 간호사까지. 뭐야 여기 대체. 라고 우리는 그리고 소설 속 환자들은 머리 속에 수 만개의 물음표를 그린다. 하지만, 나도, 또 환자들도 그 병원을 떠나지는 않는다. 이 비현실적이고 수상한 인물과 공간이 주는 수상한 매력 때문이다.

대체 뭐야. 이 의사.

이라부는 우리가 생각하는 뭇 정신과 의사-목소리를 낮게 깔며, 증상에 대해 묻고, 냉철하게 처방하며, 일탈된 정신을 정상으로 돌리려는 모습-와 다르다.
그건 육중한 몸매와 명랑한 아기 목소리 등 그의 외적인 부분에서부터 확연하게 드러난다.
하지만 진찰에 들어가야 못 말리는 그의 진면목이 드러난다. 환자의 이야기나 증상은 들을 생각도 하지 않고“자, 입 다물고 주사부터 한 방 맞자고!" 라고 외치고. 환자 몸 속에 바늘이 꽂히는 것을 황홀하게 바라보고, 환자 보다 더 병자 같은 행동을 한다.
너무도 이상하고 자기 멋 대로인 남자, 이 남자의 엉뚱함에 우리는 어느새 '경계'를 풀어버린다. 너와 나를 나누고, 그 안에서 옳고 그름을 판단하게 해 우리의 어깨와 정신을 빳빳하게 곤두세우게 만든 그 경계를 말이다.
'정상적'이기 위해 찾아가는 정신병원에서 '정상적'이지 않은 의사를 보며 굳이 '정상적'이 되려고 노력하지 않는다. 하지만 그러는 와중에 자신이 반영된 그러나 더 과격한 증세를 보이는 이라부를 보며 자신의 결여된 부분을 찾아 나가게 된다. 누가 어떻게 하라 어떻게 하라고 지시한다고 솔직히 100%로 납득하고 쫓아가지 못한다. 결국 모든 과제와 모든 해답은 내 안에 있어 스스로 자각하고 풀어나가야 한다. 이 남자 영악하게도 그걸 알고있고 환자에게 적용한다. 이 괴상한 의사. 생각보다 망나니는 아니다. 무엇보다 '정상적'이어야만 한다는 억압의 껍질을 철저히 벗겨준다. 그리고 가식적이지 않고 순수하게 사람을 받아들이고, 행동하는 모습에서 관계에 대한 희망까지도 엿볼 수 있다.

정상'에 대한 요구- '나'는 없어지고 강박관념만 남는다.

사람들과 어울려야해. 집단 안에 들어가 내 자리를 공고히 해야해 하는 강박관념이 아이를 문자 중독증에 몰아 세운다.(프렌즈) 더 아름다워야 하며, 사람들의 시선을 끌어야 한다는 '미'에 대한 추구가 온 세상 사람들을 스토커라고 믿게 끔 만들어 버린다.(도우미) 바람을 피고 자신을 버린 아내에게 화를 내지 못하고 여유롭고 자애로운 모습을 보이던 남자는 사실은 그게 자신의 본심이 아님을 알면서도, 그렇게 행동하는 것이 더 옳다는 요구에 따르고. 그 결과로 자기 대신 성기가 화를 내버린다.(아 너무 섰다)
어떻게 행동하는 것이 옳고 어떻게 행동하는 것이 낫다고 말하는 범주 안에는 언제나 '나' 보다 타인을 위해야 하며, 타인이 원하는 것에 자신을 맞춰야 한다. 내가 생각하고 느끼는 것이 중심에 있지 않다. 언제나 나의 요구는 뒤로 미뤄질 뿐이다. 왜 다들 뭐가 중요한 게 뭔지 모르는 걸까? 가장 중요한 것은 안에 있는 '나' 인데 다들 그것을 잊고 있는 듯하다.

'나'에게 맡겨보자.

사실 이 소설에 등장하는 모든 모습은 강도의 차이만 있을 뿐, 나의 모습이고 우리의 모습이다. 나 역시 사람들과 얕게나마 관계를 지속하기 위해, 문자를 보내고, 사람 좋은 척, 화나도 화나지 않은 척을 하며, 남의 눈을 의식하며 산다. 이렇게 사는 것이 재밌냐고 묻는다면 당연히 아니올시다. 언젠가는 나의 몸과 정신도 견디지 못하고 일탈을 해 버릴지도 모른다. 그렇다면 내가 원하는 대로 말하고, 원하는 대로 행동하면 어떨까? 세상은 아수라장이 되어버릴까? 아니 근데 원래 그게 당연한 일이 아닌가? 왜 걱정을 하는 거지?
세상은 좀 더 순수하고 아름다워 질 것이다. 밧줄에 꽁꽁 묶인 무용수가 한 마리 새처럼 비상하는 아름다운 춤을 출 수 있을까? 이성과 상식에 갇혀지고 몸을, 그래서 너덜너덜 해진 몸을. 자기에게 맡겨보자. 자유롭게. 하나 뿐인 인생이란 무대에서 가장 아름다운 몸짓을 구현하기 위해.

'review' 카테고리의 다른 글

[에블린 신상] 10월 속옷 글램 판타지!  (0) 2014.11.03
뮤지컬 엄마를부탁해  (0) 2013.03.08
박민규 카스테라  (0) 2013.03.08

관련글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