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세 컨텐츠

본문 제목

뮤지컬 엄마를부탁해

review

by 재뺨 2013. 3. 8. 21:14

본문

2011년도에 본 뮤지컬.

 

뮤지컬 엄마를 부탁해

현실에서 사라진 엄마, 기억에서 되살아나다.

엄마가 사라졌다!

아버지의 생일 맞아 서울에 있는 자식들을 보러 올라 온 엄마가 사라졌다.

아버지는 엄마의 손을 꼭 잡고 있었지만, 혼잡한 지하철에서 그 손을 놓치고 말았다.

그리고 엄마는 사라졌다.

자식들은 엄마를 찾는다. 원래 함께 살지도 않는 엄마였지만, 엄마의 부재는 그들에게 “엄마”라는 존재를 돌이켜보게 한다.

전단지를 뿌리고 엄마를 찾아달라고 길 가는 사람 하나 하나를 붙잡고 애원하는 와중에 그들은 사라진 엄마의 흔적들을 본다. 엄마는 서울에서 큰 아들이 머문 첫 거주지 근처에서 서성이기도 했고, 어딘가 자식과의 기억이 중첩되는 어딘가에서 서성이기도 했다. 하지만 목격자들이 본 엄마는, 지금의 모습이 아닌, 과거의 엄마의 모습과 더 닮아 있다. 목격자들이 말하는 엄마의 모습에 아들은 발에 상처가 나 한 겨울에 슬리퍼를 신을 수 밖에 없었던, 그럼에도 아들의 중요한 서류를 주기 위해 이리 저리 헤매며 첫 상경해 아들의 집을 찾은 엄마의 모습이 겹친다. 자식들은 엄마를 찾으며 잊고 있었던 엄마를 회상한다. 아니, 애써 떠올리지 않았던 기억일 거다.

엄마는 언제나 바보 같았다. 제 인생은 애초에 존재하지 않았던 냥, 자신을 희생하며 살아왔다. 미련하고 바보 같던 그 삶이 지긋지긋해 소리를 지르고 무시했던 날들의 연속이었다.치매인 것도, 모자란 것도 아닌 엄마는, “나도 여기 있었어” 라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 일부러 사라진걸까? 엄마는 애초에 없었던 사람인 것처럼 증발해 버렸다.

뇌졸중 때문에 크게 아팠던 엄마는 아픈데도 바락바락 가족들만 챙기며, 자신을 돌보지 않았다.

아버지 생신이니까 술 좀 담가가려고,, 떡 이라도 해가야지

그것이 답답한 딸은 소리를 지르며 엄마를 나무란다.

“엄마 그 떡 하지마, 누가 좋아해? 누가 먹는 줄 알아? 엄마가 만들어서 바리바리 싸주면, 다들 집에 가져가서 냉동실에 쳐 박아둬, 아무도 안 좋아해 제발 그런 것 좀 하지마.”

엄마는 모르고, 또 몰랐다. 가족들을 위해서 하는 그 일들 때문에 자신이 무시를 당하는지. 자신이 비난을 당하는지.

왜 엄마와 자식은 서로 미안해할까.

가장 가까운 관계. 그래서 더 편하고, 더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은데, 실상 그렇지가 않다.

서로 해줘야 할 것들이 있는데, 아니 있는 것 같은데 못해줘서 미안하다.

그래서 엄마는 언제나 작다. 작게 보인다. 그리고 사라져서 이제는 볼 수 없는 엄마는

내 걱정마 난 너희를 사랑한단다 라고 자식들에게 차례대로 노래를 부르며 정말로 세상에서 사라진다.

그렇게 엄마의 죽음을 암시하며 극은 끝난다.

우리는 모두 어쩔 수 없이 “엄마”라는 그 이름 자체에 가슴이 무너지곤 한다.

그래서 뮤지컬을 보는 내내 눈시울이 뜨거웠다. 인정하기 싫지만 인정하게 되는 엄마와의 애증, 벗어나고 싶어, 엄마란 내 인생의 걸림돌 같아, 라고 생각하고 무시하고 살면서도 이따금 차오르는 죄의식. 그 어쩔 수 없는 감정을 건드리기에 관객석 곳곳에서는 흐느낌이 끊이지 않았다.

할머니를 기억해. 2007년 어느 여름의 기억

뮤지컬에서 보여지는 “엄마”는 지금 내 세대의 엄마라기보다는 한 세대 위, 아빠의 엄마, 할머니의 삶 같았다. 그래서 나는 뮤지컬을 보며 엄마를 생각하면서도 할머니을 읽었다. 할머니가 딱 그랬다. 제 몸이 아프던 말든, 일 중독자처럼 집안일을 해댔다. 그런 것이 너무 미련해보이고 싫어 “작작 좀 해, 쉬어”라고 말하곤 했지만, 그럴수록 그것이 자신의 정체성이라는 듯 더 미련하게 집착했다. 우리는 서로 누가 더 못됐나를 경쟁하듯 그렇게 날을 세우고 서로를 무시하고 그랬다.

할머니가 암에 걸린 것을 알던 그날,

시큼한 소주 냄새를 풍기며 비틀 거리던 아빠가 말했다.

"나 오늘 좀 울어야 겠어."

의아함에 멍히 있던 내게 아빠가 말했다.

"할머니 괜찮아 보이지?"

"응"

"근데 괜찮은 게 아니야."

아빠는 울었다.

할머니한테 그렇게 못되게 굴던 아빠가 목이 매여 말도 다 못하고 울었다. 방긋 웃으면서 아프지 않다고 말하던 할머니는

어서 들어가서 밥을 먹으라고, 내일 회사에 늦지 말고 나가라고, 시시콜콜 내 걱정을 하고, 집안 걱정을 해댔다.

제 몸 걱정은 하지 않고, 집안 걱정만 해댔다.

돌아가시기 며칠 전 부터였던가 몸을 제대로 가누지도 못했던 할머니는, 새벽마다 소리를 지워 우리를 깨웠다. 화장실에 데려다 달라는 게 이유였다. 자다가 할머니 방에 달려가 번번이 할머니를 부축하고 화장실에 가는 것이 귀찮고 짜증이 났다. 엄마가 사온 노인용 기저귀를 차면은 서로가 편할 것을, 왜 그렇게 우리를 괴롭히나 싶었다. 그러면서도 10m도 안되는 화장실을 가면서 휘청거리며 이내 쓰러지고야 하는 앙상해진 몸에 내 마음이 아팠다. 몸이 간지럽다고, 하지만 효도손으로는 영 시원찮다며 송곳으로 등을 북북 긁어대, 몸 곳곳에 길게 그어진 생채기에 내 마음이 아렸다.

그런 날이 이어지고 며칠 뒤.

부스스하게 깨어난 나에게 아빠가, 조용히 말했다.

"할머니, 돌아가셨어"

우린 모두 생각보다 담담했다.

나는 천천히 할머니 방으로 향했다. 그리고 그 방에 들어서는 순간 내 눈에 가장 먼저 들어온 것은,

싸늘한 할머니의 주검이 아닌, 방 한켠에 제 주인을 잃은 노인용 기저귀였다.

"저 기저귀 환불 할 수 있을까?"

할머니의 주검을 앞에 두고 가장 먼저 한 생각이였다.

나는 철저하게 계산적이고 이기적이었다. 왜 그 앞에서 그런 생각이 가장 먼저 들었는지 모르겠다.

할머니의 죽음을 회피하고 싶었던건지, 아니면 정말 그 기저귀가 아까웠던건지 모르겠지만, 그런 생각이 들자 나는 내가 무서웠다. 너무도 이기적인 내가 무서웠다. 그러고 나니 눈물이 났다. 결벽증이라고 부를 만큼 깨끗하고 청결했던 할머니에게, 기저귀란 도저히 용납할 수 없기에, 자신이 삶의 끈을 놓게된 계기가 아니였나 싶었다. "청결"은 할머니의 자존심이었다. 그 자존심을 지킬 수 없었기에, 제 삶을 놓은 것만 같았다.

그렇게 2007년 가을, 나는 할머니 누군가에게 부탁할 수 밖에 없었다.

솔직히 나는, 할머니의 삶도, 뮤지컬의 엄마의 삶도 긍정적으로 보지는 못하겠다. 하지만 그러 할 수 밖에 없었던 삶을 조금은 이해해보려고 한다. 할머니가 돌아가신 후 나는 부쩍 아빠와 먹걸리를 한잔 걸치면서 할머니 얘기를 많이 했다.

기억 속의 할머니는 현실의 할머니보다, 더 따듯했고, 더 너그러웠으며, 더 슬픈 사람이었다.

현실에서는 그 지나친 애정에, 삐뚤어진 애정표현에 몸서리 치곤 했으나,

당신이 그 누구보다 외로웠던 사람이란 걸, 할머니가 사라진 뒤에야 비로소 알 수 있었다.

결국은 미안해 할 수 밖에 없는 관게.

후회를 반복하지 않기 위해서는 내 엄마에게, 내 아빠에게 "미안함"을 갖지 않게 살아야 하는 걸까?

근데 그럴 수가 없다. 결국은 나는 또 이기적으로 그들이 인정하지 못하는 삶을 주장한다.

"절대 안돼"

오늘 나로서는 어렵사리 꺼낸 내 향후행방에 대해 엄마는 정색하며 반대했다.

주절주절 엄마아빠가 납득 못할 내 이상을 설명하면서, 나는 왜 죄의식이 없겠는가.

하지만, 결국 나는 나의 삶을 살 수 밖에 없다는 거, 나는 이기적으로 살 수 밖에 없다는 거.

그렇기에 이 원죄는 더욱 더 깊어져만 간다.

서로 미안하지 않으면 좋겠는데, 서로 미안 할 수 밖에 없는 이 굴레.

엄마의 부재로 엄마의 인생을 돌이켜보며 엄마를 이해하지만

결국 자신은 엄마를 책임 질 수 없기에, 딸은 신에게 말한다 "엄마를 부탁해"

나 역시 엄마를 책임 질 수 없기에, 그 책임을 전가하고 싶어. 누군가에 말하겠지 엄마를 부탁한다고....

ps. 극 초반 전개가 좀 많이 지루해 집중이 되지 않았다...헤드뱅잉을 마구 했다는,,,,,,,,,,2막 부터는 극의 전개가 초반보다는 훨씬 괜찮았지만, 큰 딸의 얘기에 너무 치우쳐, 큰 아들의 이야기가 너무 표면적으로 흐르고, 작은 딸의 이야기는 너무 묻혀서 아쉬웠다. 엄마 역의 김성녀씨의 연기와 노래는 울림이 참 크더라, 또 토요일에 나는 가수다 임재범의 피처링으로 요즘 화제가 되고 있는 큰 딸 역의 차지연씨도 괜찮았다.

'review' 카테고리의 다른 글

[에블린 신상] 10월 속옷 글램 판타지!  (0) 2014.11.03
박민규 카스테라  (0) 2013.03.08
인더풀  (0) 2013.03.08

관련글 더보기